[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45]

[논객칼럼=김대복]

선화공주(善花公主)와 백제 무왕(武王)은 우리 역사의 영원한 로맨스 주인공이다. 공주와 왕의 사랑은 1천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오늘도 계속된다.  선화공주 러브 스토리는 역사인가, 상상인가?  미스터리가 있다.

그런데 구취를 연구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궁금증이 있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가능하게 한 구강 청결의 비밀이다. 사랑의 적은 입냄새다.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워도 구취가 풍긴다면 사랑의 지속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선화공주 미스터리 2가지를 탐색한다.

먼저, 역사인가, 허구인가이다. 적대국의 왕과 공주의 러브 스토리 중심에는 익산의 미륵사가 있다. 무왕은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경주에서 서동요를 지었고, 사랑의 증표로 익산에 미륵사를 세웠다. 삼국유사 무왕편에 미륵산 창건 과정이 나온다.

“무왕이 선화공주와 함께 사자사(獅子寺)로 향하는 길이다. 용화산 아래 큰 못가에 이르렀을 때 미륵삼존(彌勒三尊)이 떠올랐다. 왕과 공주는 수레를 멈추고 절을 올렸다. 공주가 왕에게 이곳에 큰 가람을 지어주기를 절실하게 청했다. 왕은 공주의 청을 받아들인 후 지명법사에게 못을 메울 방법을 물었다. 법사는 신통력으로 하룻밤 사이 산을 무너뜨려 못을 메우고 평지를 만들었다. 또 미륵 삼존의 불상을 만들고 법당과 탑, 낭무(廊廡)를 각각 세 곳에 세우고 절 이름을 미륵사로 했다. 신라 진평왕이 여러 공인을 보내 역사를 도왔다”

그런데 미륵사 서탑 해체 공사 때 역사가 뒤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탑에서 발견된 금제사리 봉안기에 미륵사 창건자가 선화공주가 아닌, 사택왕후로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선화공주의 실존 여부, 선화공주와 무왕의 사랑의 허구 여부 등이 뜨거운 논쟁이 된다.

한때 상상 쪽으로 기울던 무게의 추는 무왕과 왕후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쌍릉의 소왕묘에서 나온 금동 밑동쇠 분석을 통해 다시 반전된다. 문헌이나 유물에 나온 무왕의 왕비는 선화공주와 사택왕후가 있다. 그런데 사택왕후는 무왕보다 1년 뒤에 숨졌다. 반면 소왕묘의 주인공은 무왕보다 앞서 매장됐다. 이로 볼 때 미륵사도 전 왕비인 선화공주가 발원하고, 후 왕비인 사택왕후가 완성한 것으로 추정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이제, 선화공주와 무왕의 사랑의 조건, 구강 청결 상태를 생각해 본다. 무왕은 몰락한 왕손이다. 어머니가 익산 금마에 있는 마룡못의 용과 교통해 태어났다. 그는 생활이 궁핍했다. 어릴 때 마룡못 옆의 용화산에서 마(薯)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기에 맛동(薯童:서동)이로 불렸다. 서동은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서라벌로 향한다. 꼬마들에게 마로 만든 과자를 주면서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부르게 한다.

픽사베이

1400여 년 전, 신라의 서울 서라벌 골목에서는 날마다 동요가 울려 퍼진다.

“선화공주님은(善花公主主隱) 남몰래 사귀어 두고(他密只嫁良置古) 맛둥 도련님을(薯童房乙) 밤에 몰래 안고 간다(夜矣卯乙抱遺去如)”

서라벌 꼬마들은 선화공주가 밤마다 남성과 몰래 만나 사랑한다고 노래했다.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추방했고, 갈 곳 없어 방황하는 그녀 앞에 나타난 서동은 백마 탄 왕자나 다름없었다. 서동은 공주와 함께 자신이 나고 자란 익산으로 향한다. 서동은 마룡지에서 2km쯤 떨어진 용화산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구중궁궐에서 자란 공주의 시골 생활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열악한 위생에 버거워했을 수 있다. 하지만 서동은 가난에도 불구하고 당당했다. 공주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의 원천은 대단한 담력, 빼어난 외모로 생각할 수 있다. 구강 위생도 청결했을 것이다. 만약 서동에게서 구취나 몸 냄새가 난다면 공주가 외면했을 수 있다.

입냄새 원인은 다양한데 크게 보면 오장육부(五臟六腑)의 불균형으로 인한 열(熱) 발생으로 볼 수 있다. 장부의 기능 약화로 노폐물이 쌓이면서 생기는 간열(肝熱), 심열(心熱), 위열(胃熱), 폐열(肺熱), 신열(腎熱), 담음(痰飮), 습열담(濕熱痰), 허열(虛熱) 등이다. 옛 사람은 구취를 자연의 약초에 의지해 치료를 했다.

서동은 구강 청결을 산약(山藥)과 생강으로 유지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서동은 용화산의 마를 어릴 때부터 계속 먹었다. 한의학 용어로 산약(山藥)인 마는 식욕증진, 비위허약 보(補), 피로회복, 양기보충 등에 좋다. 마의 성분인 당단백질 뮤신은 위벽을 보호해 위염과 위궤양 치료에 도움이 된다.

다량의 아밀라아제는 녹말 등의 소화를 촉진시킨다. 정력 강화와 천식해소, 불면증, 얼굴의 열꽃에도 유용한 산약은 비만인, 가슴 두근거림이 심한 사람의 혈액순환도 좋게 한다. 다만 소화력이 약하거나 마른 체질은 마를 장복하면 역효과 가능성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오장을 튼튼하게 해 기력을 더하고, 뼈와 근육을 강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해 위장을 편안하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킨다고 했다. 향약집성방도 심신안정과 기억력 향상, 신기 및 비위 보강을 효능으로 든다.

오장이 튼튼하고 소화기가 편안하면 기의 흐름이 좋아 인체 소통이 원활하게 된다. 구취 원인 중 일부는 기의 흐름 이상으로 위장에 담이 쌓이고, 소화불량으로 열이 발생하는 데서 비롯된다. 또 신이 튼튼하면 성 능력도 개선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서동은 소화순화기 계통이 건강하고, 몸이 튼튼했을 개연성이 높다.

또 서동이 자라고 생활한 익산 금마와 이웃한 완주 봉동에서는 생강이 대량 생산된다. 생강은 위를 따뜻하게 해서 소화액 분비 촉진, 장내 이상발효 억제, 살균작용과 함께 몸을 덥히는 효능이 있다. 소화불량, 위장 및 면역력 강화에 좋은 식품이다.

한의학의 소화기 처방인 반하사심탕, 육군자탕 등에 빠지지 않는 약재다. 또 오장(五臟)에 작용하고 불필요한 담(痰)을 없애는 특성이 있어 구토, 멀미, 딸꾹질, 가쁜 숨, 기침, 가래, 위암 등의 치료약재로 활용된다. 이 같은 질병들은 입 냄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왕이 된 서동과 선화공주는 마와 생강을 상복했고, 이는 오장육부의 튼튼함과 소화기능의 강화, 심신 안정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입마름이나 소화불량, 입냄새와는 거리가 먼 건강생활을 했을 것이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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